-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총괄본부장 손동운

"게임에 빠진 아~들한테 프로그램 만드는 것까지 가르친다고!" "30년 전에 배우던 도스(Dos 컴퓨터 명령어) 교육을 다시 시작하는 거가." 정부가 내년부터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소프트웨어를 필수로 가르치고 2018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하자 학부모는 물론 일반인들도 의아해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촌은 지금 소프트웨어(S/W) 교육 열풍에 휩싸여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휴대전화를 갖고 놀지만 말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봐라"며 유치원에서 고3까지 매주 1시간씩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코딩)하자는 캠페인을 격려하고 있다. 빌 게이츠와 주커버그,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동참했다.

영국은 9월부터 초중고에서 수학 과학과 동일하게 가르치고, 핀란드에서는 엔지니어 아빠들이 4살짜리 아이들에게 품앗이 교육하는 동영상이 인기다. 이스라엘은 전체 고등학생의 절반이 우리나라 대학 수준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학교에서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7월 말 정부 발표 후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준비 부족을 논하고 있지만 세계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e메일이나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등 인터넷과 연계된 각종 정보를 손바닥만 한 휴대전화에 프로그래밍한 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한 것이 2007년이다. 그런데 벌써 시계(갤럭시 기어), 안경(구글 글라스), 옷(웨어러블 컴퓨터)으로 확대됐고 자동차와 주택과도 연결시키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대에 돌입했다.

여기다 3D프린터의 보급으로 개인이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를 마치 개인용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듯 자신이 직접 제작할 수 있게 됐다. 가정, 학교,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시간과 공간의 제한없이 '퍼스널 팩토리'로 만들어 내는 새로운 문명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프로그래밍과 3D프린터 활용을 포함하는 소프트웨어 교육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결합하여 공학과 타 학문의 융합, 공학의 일반 지식화, 일반 지식의 산업화라는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나 무한상상실의 개념도 결국 공학과 소프트웨어의 결합인 EnS(Engineering & Software)로 귀결된다.

소프트웨어 교육과 관련해 부산과학기술협의회가 서면 궁리마루에서 진행한 EnS교육을 바탕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먼저 교육기자재 시장을 청년창업과 연계시키기 바란다. 프로젝트 TV 등에서 봤듯이 정부의 교육기자재 구매는 대기업 위주의 저가낙찰 방식이다. 기간도 오래 걸린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기자재는 청년창업자들의 아이디어로 날마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고 있다. 여기다 3D 프린터나 관련 기기는 사소한 사양의 차이로 가격이 10배까지 차이난다. 이러한 제품을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서 일괄 구매하는 것은 무리다. 동아리 지원사업처럼 학교와 교사의 재량에 맡기고, 청년 창업자들에게도 새로운 시장을 제공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다음은 인력문제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프로그래밍, 3D 설계, 조작 등 여러 가지를 다루기에 교사 1명으로는 수업 진행이 어렵다. 궁리마루에서는 여름방학 동안 4일 10시간의 교육과정을 400명이 수료했다. 매회 학생 16~18명당 석·박사급 강사 2명과 보조인력이 2~4명까지 투입됐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인력 확보가 어려우므로 기자재를 지역사회 내 청년창업자에게서 구매해 그들을 멘토로 활용하고, 지역대학의 전공학과 재학생 및 휴학생을 인턴, 교육기부, 시간제 근로 등으로 쓸 수 있다. 전공 대학생들의 기량은 상당히 뛰어났다. 대학과 연계하면 보조인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궁리마루에서는 또 재능기부 중고생들이 먼저 교육을 받은 뒤 초등생들을 돕도록 했다. 학교에서도 소프트웨어를 먼저 익힌 학생이 동급생들을 돕도록 하고, 활동내역을 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에 적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장소를 꾸미는 데 돈을 낭비하지 말자. 벌써 일부 시범기관에서 지적받고 있는 사항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추진되지만 실제로는 우리 지역의 미래 인재개발 사업이다. 부산의 인재들이 사물인터넷과 퍼스널 팩토리 시대의 주역이 되도록 시와 교육청, 지역대학과 상공계가 협조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