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 대학찰옥수수 정보화마을 홈페이지 실버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병숙(72) 할머니가 정보화 자격증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김 할머니는 최근 발표된 정보기술 자격시험(ITQ) 합격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감격스러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시험장에 도착할 때까지도 괜찮았는데 시험 감독관의 '시작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옆에서 '다다다닥...'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머릿속은 하얀 백지상태였고, 마우스를 잡은 손은 떨리고, 모니터에는 오타가 가득했어요. 50여년전 중학교 시험볼 때, 시집온 첫날밤도 이렇게 떨었을까를 생각했죠.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어요"
그녀는 아래 한글을 이용한 문서작성과 그림, 챠트 등으로 실시된 이번 시험에 손자뻘 되는 학생들과 젊은이들 틈에 끼어 시험을 본 소감을 이같이 회고했다.
강원도 홍천이 고향인 김 할머니는 해군 군속으로 근무하다 퇴직하고 1997년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 마을에 정착했다.
산수와 공기가 좋았고, 무엇보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아들 삼형제가 쉽게 모일 수 있는 중간지점이기에 자그마한 텃밭이 딸린 집을 마련, 13년째 남편과 함께 단 둘이 오붓하게 살고 있다.
전형적인 농가마을인 이곳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통과하면서 교통편도 좋아졌고, 대학찰옥수수와 인삼, 사과, 절임배추 등으로 농가소득도 높은 편이며, 특히 젊은이들의 노력하는 마을로 발전가능성도 높아 노후를 보내기엔 그만이라고 할머니는 마을 자랑에 침이 마른다.
그러던 할머니는 작년 5월 마을에 정보화센터가 문을 열자 컴퓨터를 익히는 기초반에 들어가 강사의 도움으로 마우스 잡는 법부터 배우기 시작했으나 나이 든 노인에게 처음 들어보는 컴퓨터 용어는 생소하기만 해 수십번씩 들어야 겨우 기억됐고, 손은 굳어 마음대로 가지 않았다.
하지만 반년쯤 지나면서 '컴퓨터가 이런 것이구나'를 알게 됐고 이후 마을 실버기자로 활동하면서 장연면이 대학찰옥수수의 본고장임을 홍보하고 마을의 대소사까지 챙기는 등 할머니의 활동영역은 점차 넓어만 갔다.
김 할머니는 "뒤늦게나마 컴퓨터를 배워 인터넷 등 정보의 바다를 마음껏 누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파워포인트와 컴퓨터 그래픽 등 전문 분야까지 배워 마을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군에서는 이 마을 외에도 청천 사담동천마을, 연풍 조령산체험마을 등 모두 3개 정보화마을을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연풍 조령산체험마을의 정상일(72) 할아버지는 작년 '컴퓨터 다루기'란 교재를 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