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다. 봄방학이 없어져 어느 때보다 길어진 방학이다. 아이들의 마음은 들떠 있지만 부모들은 또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방학은 한해 동안 공부하느라 지친 몸과 마을 풀어주고 학교 생활에 겨 평소에 하지 못했던 활동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시간이지만 뒤떨어졌던 공부를 따라잡고 내년의 성적 향상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칫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다가는 게으른 생활습관을 가지게 돼 내년 새학기 초까지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고학년에겐 시간표보다 과제별 계획을
아이의 현재 수준에 맞는 학습 계획을 세워라 방학이 시작되면 많은 학부모와 아이들이 ‘공부’로 채워진 비현실적인 생활계획표를 만들고 그대로 따르지 못해 금방 치워버리기 일쑤다. 때문에 적절하게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생활계획을 부모와 아이가 상의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낮은학년의 경우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지만, 높은학년의 경우는 시간표보다는 하루, 일주일로 정해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룰 것인지 하는 과제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좋다.

학습 계획을 세울 때에는 아이의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아이가 올 한해 배웠던 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고 미진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것이 좋다. 학습 성취도를 전문적으로 검사해 주는 학습 상담소를 찾아가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방학 때에 내년 공부를 미리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이미 배웠던 한해 공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하다.

연우심리상담소의 김만권 소장은 “선행학습은 정서적인 면이나 학습수행 면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낳기가 힘들다”며 “이미 배운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내년에 배울 것은 ‘예습’한다는 기분으로 한번 훑어보는 정도로 족하다”고 했다.

"자신과 약속" 꾸중보다 칭찬하며 지키게
세운 계획은 철저히 지키도록 한다 학부모와 아이가 함께 상의해 방학 계획을 세웠다면 그것을 꼭 지키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지키기 싫어하거나 힘들어 한다면 왜 그런지를 꼼꼼히 물어보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꼭 계획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이의 생활습관에도 도움이 된다. 지키지 못했다면 왜 지키지 못했는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반성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 스스로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대화를 나누자.

서울임상심리연구소 윤화영 소장은 “시간표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꼭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시간표를 어겼을 때 꾸중하는 것보다는 시간표를 정확히 지켰을 때 칭찬을 듬뿍 해주는 것이 아이를 더 북돋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준맞는 목표 정해 스스로 공부하도록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라 방학 때는 학원을 다니더라도 학교에 다닐 때보다는 학생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난다. 때문에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지닌 아이가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다. 꼭 이번 방학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자기 주도적 학습 습관을 가진 학생은 학교와 학원에 떠밀려 공부하는 학생들보다 훨씬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인다.

아이를 혼자 공부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학습동기를 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공부를 왜 안하냐고”고 윽박지르기보다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져줘야 한다. 칭찬과 격려를 통해 “너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목표를 정하게 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탐색하다 보면 아이는 자연스레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과 습관을 얻게 된다. 아주학습능력개발연구실 박동혁 실장은 “아직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초등학생들의 경우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갖는데 특히 부모의 길잡이가 중요하다”며 “시간관리와 책읽기, 집중력 키우기에 많은 노력을 투자해 하나씩 습관을 만들어 나가게 이끌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한겨레]